행함이 없는 네 믿음을 내게보이라

2012.07.01 11:47

안현애 조회 수:1275

 범상치 않은 장맛비가 세차게 내리는 저녁, 우산을 받쳐들고 교회 현관을 들어서며 처음 부터 예상은 했었습니다.

 

성도님의 은사는 ....가르치는 은사 .... oo은사... oo은사.... xx은사...그리고 스타일과 유형은 .........

서로의 은사가 발견될 때마다 모두가 뿌듯하고 ...내게도 이런은사가 있다니 ..스스로가 대견스럽기도 합니다.

 

사흘 동안 진행되어진 은사발견 세미나는 너무도 재미있고 흥미 진진했습니다.

교육관을 가득 메운 교우들은 매일 밤 장장 3시간에 가깝게 계속되는 세미나 시간동안 누구하나 지루하다는 표정 없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감동했습니다.

 

맞아 ! 맞아!....처음엔 여성지에 나오는 혈액형 별 성격 테스트를 하듯이,

띠별 궁합을 풀어내듯이 재미와 환호로 감탄사를 뿜어내던 모두는

마지막 날 ....."지금 당신의 위치는 어디인가?" 라는 질문 앞에서 작은 신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처음 목사님과 초급 단계에서 우리의 은사를 발견 해 낼때 부터 ...

나의 스타일과 유형을 따져갈 때부터...얽힌 실타래를 풀듯이 재미있게 나 자신을 알아갈 때 부터 ....

언젠가는 이런 반전 이 올 것이라고 생각은 했었습니다.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물으시는 시간.

 

"지금 당신의 위치는 어디인가?" 라는 질문에 더듬더듬 나의 위치를 확인해가며 ...

이렇게 아풀줄은 ...그 많은 웃음이 공허해질 줄은. 친숙한 서로에게 조차 부끄러울 줄은 몰랐습니다.

 

 

나의 위치는 영적 은사를 의미한다는 A선과 지혜와 지식을 나타낸다는 B. 섬김과 헌신을 가리키는 C.

이 세선이 모두 만나는 곳을 중심점으로 하고 각자의 방향으로 뻗게 한 후 그 선상에 스스로가 점수한 나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세개의 선의 끝선이 만나는곳이 원점이 되어 만들어 내는 원 . 즉 영적 은사와 능력. 섬김과 헌신. 지혜와 지식이 균형잡힌 삶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입니다."

목사님의 말씀에 민망하여 가만히 교재를 덮어버렸습니다.

 

나의 원은 북북서 방향으로 일그러진 원입니다.

지혜와 영적능력은 있게보이나 섬김과 헌신이 취약한 모습이지요.

즉 무형적인 내공은 있으나 유형적인 실천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겠지요.

 

오늘 야고보서를 묵상하다가 장마 내내 듣던 천둥소리보다 더 크고 두려운 음성을 들었습니다.

 

"행함이 없는 네 믿음을 내게보이라." 야고보서 218절 말씀입니다.

 

지금까지 주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믿음으로 살겠다고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나의 믿음은 무엇으로 확증될 수 있을까요?

실질적인 수고의 열매를 요구하시는 주님 앞에서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지혜와 영적 능력.....소중하고 귀한 은사지만 섬김과 헌신으로 승화되어 드러내지 못하는 나의 믿음은

오늘도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미련한 다섯처녀 처럼 주님의 요구에 허둥대고 있었습니다.

남보기엔 그럴듯한 신앙인처럼 아름다운 언어들로 무장하고, 때때로 여러가지 핑계들로 스스로의 게으름을 위로하며

언제나 이론에만 강하고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그리스도인 .....

그모습을 향해 야고보 사도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단호하게 선언합니다.

 

마지막날 마지막시간 ....목사님은 세미나를 마치면서

영향력....은사....구체적인 선언등을 적어내라고 하셨습니다.

영향력이란 ...나의관심...꼭 봉사하고싶은 사역등이 되겠지요.

 

그런데 은사란에는 체크한 모든 은사를 적어 내면서....영향력란에는 정말 하고 싶고 관심있는 것은 적지 못했습니다.

그 사역을 감당하려면 많은 수고와 시간이 필요한데.....적었다가 목사님이 내년에 시키시면 어쩌나...

조금 더 편안한 신앙생활을 하고싶다는 안일한 또 다른 내가 그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은사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따라 사용하라고 주신것이다." 언젠가 제자 훈련때 배웠던 구절입니다.

 

오늘 내내 게으르고 나태한 내게 하나님은 "행함이 없는 네 믿음을 보이라" 고 채근하십니다.

궂은 비보다도 우울한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