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 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한번은 목사님께서 김춘수 시인의 시 '꽃' 을 가지고 이야기 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런 의미 없이 인생을 허비하고 있던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가르쳐 주시고, 신경써주셨던 목사님.

막연한 미래 때문에 공포에 휩싸여 현실에 안주하고 있을 때, 포기하지 않으시고 제 안에 또 다른 자아를 기대해주신 목사님.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고, 좀처럼 변하는 것 같지 않아도, 재촉하지 않으시고 기다림으로 지켜봐주신 목사님.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형편없는 저의 모습을 언제나 반갑게 환대해주셔서 비로소 차츰 마음을 다잡고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한 어부에 지나지 않았던 베드로 속에서 초대 교회의 초석, 성 베드로를 보신 예수님처럼, 목사님 역시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불가능해 보이는 제 모습에서도 기대의 끈을 놓지 않으셨던 목사님.

 

김춘수 시인의 시 내용처럼 하나의 의미없는 몸짓에 불과했던 저에게 다가와 먼저 "은혜야" 라고 불러주신 목사님.

목사님이 원하시던 결정을 제가 하지 않았을 때도 묵묵히 응원해주시던 모습이 잊혀 지질 않습니다.

 

본인을 희생해가며 말씀을 전하시고, 제자 양육을 위해 힘쓰셨던 목사님.

그때는 대충 흘려듣고 말았는데, 목사님이 돌아가신 뒤, 목사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모든 말씀이 목사님의 삶과 참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또한 목사님 역시 예수님의 참 제자가 되기 위해 정말 부단히 노력하셨구나 라는 것을요.

 

신앙은 실천과 함께 동행 하는 것임을 몸소 보여주신 목사님.

목사님을 통해 참 좋으신 하나님을 보게 되어 너무나 감사합니다.

목사님, 그 웃음, 그리고 보여주신 사랑과 삶을 기억하고, 저도 부단히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그리고 천국의 소망을 품으셨던 목사님을 생각하며, 저 또한 천국의 소망을 품은 채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고, 기도하며, 기다리겠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목사님.